오독오독 전복 물회와 돌문어 비빔밥에 뿔소라 젓갈이 반찬으로 나오는 서귀포 맛집 테왁
간단하게 밥을 먹으려고 찾아간 곳인데
너무 맛있게 먹고 나왔다.
제주에 가면 꼭 다시 들를만한 곳이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남긴다.
주소는 서귀포시 서호남로 32번길 10-4 1층(서호동 1551-9)이다.
서귀포시 중심가에 있어서 뚜벅이 여행자도 방문하기 좋을 것 같다.
서귀포 버스터미널에서 1km 이내에 위치해 있다.
주차 공간 널찍해서 차로 방문하기에도 편했다.
영업시간은 월~토, 11시~16시이다.
일요일 휴무이고, 첫 번째 월요일은 쉰다고 한다.
주변 크고 작은 식당들 사이에서 테왁을 발견했다.
불이 꺼져 있는 것 같았는데
영업 중이었고 손님이 가득했다.
평일 이른 점심에 방문했고 웨이팅 1번을 받았다.
문 앞에 캐치 테이블로 예약하는 시스템이다.
더운 날이었으면 차에 가있었을 텐데
날이 좋아서 문 앞에서 대기했다.
입구 옆에 메뉴와 음식 사진들이 있었다.
하나하나 다 맛있어 보여서 고민했다.
짧은 웨이팅 후에 들어갔다.
가격이 적힌 메뉴판을 확인했다.
꽤 합리적인 가격이다.
돌문어 비빔밥(17000원)과 전복 물회(18000원)를 주문했다.
전복 물회는 계절 메뉴로 적혀있다.
5월은 주문 가능한 계절인가 보다.
매장은 편하고 깨끗했다.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았다.
이곳저곳에 테왁이 걸려있었다.
테왁은 해녀가 물질할 때 쓰는 도구이다.
사진 속 주황색 공 모양이 테왁이다.
테왁에 걸어둔 망에 잡은 해산물도 담고
테왁을 잡고 물에 떠서 숨을 고르거나 쉰다고 한다.
해녀의 분신과 같은 도구이자 휴식처인가 보다.
옛날에는 실제로 박을 저런 모양으로 키워서 만들어 썼다던데
요즘은 스티로폼으로 만든 테왁을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알고 보니 신기했다.
내용은 한국 민속 대백과 사전을 참고했다.
사진 각도가 좀 이상해서 아쉽다.
보이는 것보다 문어가 더 푸짐하게 들어있다.
야채와 된장 모든 게 조화로운 비빔밥이었다.
쫄깃보다 야들야들한 식감의 문어다.
부드럽게 술술 먹힌다.
반찬도 다 맛있었다.
특별했던 건 뿔소라 젓갈과 빙떡이다.
둘 다 처음 먹어봤다.
뿔소라 젓갈은 오징어젓갈과 충무김밥의 오징어무침의 중간쯤 되는 식감이다.
양념은 칼칼 달달하고 맛있었다.
오징어젓갈보다 좀 더 힘 있게 꼬들꼬들하다.
뿔소라 젓갈을 더 먹으려면 2000원으로 추가해야 했는데
이해가 가는 맛이었다.
사진에 간장 옆에 있는 하얀 게 빙떡이다.
저 반찬의 이름이 빙떡이었다는 건 아주아주 나중에 알았다.
빙떡은 제주 향토 음식이라고 한다.
메밀가루 반죽에 얇게 간 무를 소로 넣어 만든 떡이다.
구운 게 아닌 것 같아 전병이라기엔 어색하다.
쫀득하고 촉촉한 식감이었다.
아주 슴슴한 만두라고 해야 할지
무 맛이 달착지근했다.
마지막에 입가심하기 좋았다.
물회를 평소에 좋아하거나 즐겨 먹지는 않는다.
가시가 박힌 회가 신경 쓰이고,
과한 야채가 신경 쓰이고,
과하게 새콤 매콤하면 그것도 신경 쓰여서
여러모로 각 재료의 맛을 느끼기 어려워서 그런 것 같다.
전복 물회는 반신반의하며 궁금한 마음으로 주문했다.
사진과 동일함을 넘어 실물이 더 압도적이라 놀랐다.
우선, 전복이 저만큼이나 들어있다.
저 그릇 절대 작은 그릇이 아니다.
양념이나 야채에 묻힐 겨를이 없다.
전복 회를 따로 먹어 본 적도 없는데,
한입 맛보는 즉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싱싱하다.
과장 좀 보태서 단무지 씹는 것처럼 오독오독하다.
싱싱한 전복이 이렇게 단단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첫 한 숟갈 떠먹은 육수는 약하다 싶었다.
보리된장 육수라더니 초고추장처럼 튀지 않는다.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다.
그래서 옳다.
여기서 주인공은 소스가 되면 안 된다.
모든 재료를 시원하게 살려주며
딱 적당한 바탕이 되어주었다.
야채도 좋았다.
아주 가늘게 채 썰어졌고
길이도 너무 길지 않다.
한 입 사이즈로 딱 떨어져서 먹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평소에 물회는 면이랑 먹는 편인데
여기는 선택지 없이 밥이 나와버렸다.
심지어 따뜻한 밥이었다.
초장 물회 먹을 때는 물냉면에 밥 말아먹는 것 같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여기서는 이미 물회가 너무 맛있어서
밥도 과감하게 말아버렸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실 괜찮았다 정도가 아니고
밥을 말면서 비로소 전복 물회가 완성되었다.
온도, 식감, 맛 모든 게 조화로웠다.
쓰다 보니 또 먹으러 가고 싶다.
돌문어 비빔밥도, 전복 물회도 아주 깨끗이 비우고 일어났다.
음식을 먹고 나니 가격이 정말 저렴하다고 느껴졌다.
다른 비싼 곳에서 먹었던 물회들이 스쳐 지나갔다.
반찬으로 나온 뿔소라 젓갈은
정말이지 집에 가져가고 싶었다.
그래서 동행인과 2개 포장했다.
작은 200g 통이 26000원.
비싼가 싶었는데 검색해 보니
뿔소라 젓갈 중에서는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속했다.
먹어봐서 보장된 맛이니 걱정도 없다.
뿔소라젓갈 들고 비행기 탈 수 있는지 여쭤보니
제주도 기념품으로 많이들 사 가신다고 하셨다.
은박 보냉팩에 아이스팩과 함께 포장해 주셨다.
그리고 실제로 육지까지 무사히 가져와서
행복하게 먹었다.
다음에 제주에 방문하면 꼭 다시 들를 곳이다.
아마 남녀노소 다 좋아할 것 같다.
주변에 현지인들은 전복 소라 돌솥비빔밥 많이 드시던데
다 맛있어 보였다.
서귀포에서 먹을 곳을 못 정했다면
일단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변하지 말고 계속 운영해 주셨으면 좋겠다.